나의일상들。

2006년 7월 14일 - 수첩의 말들을 하나하나 옮겨적으며

홍시91 2006. 7. 14. 01:34

 

 

 

  글쎄, 블로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저께였다.

 

아버지께서 등산기록, 자작 시, 혹은 산문을 블로그에 차곡 차곡 쌓아 두시는 것을 보고

 

왠지 부러웠다고나 할까.

 

 

  학생에게는 스케줄 표가 필요하다. 월별로 해야할 일, 계획해야 할 일, - 이를테면

 

시험공부 계획 - 또는 학교 준비물 등을 쓰는 것도 필요하고 친구들과 영화보러 가는것도,

 

학원 보충 시간표도 '예쁜'  (나는 해당사항 없지만) 글씨체로 적어 놓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스케쥴 수첩을 사면 꼭 뒷부분은 남는다. 월별 관리표, 주간 관리표를 제외한

 

노트와, 메모장과, 주소록. 내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주소록은 빼곡히 차 있었으나

 

지금은 - 나조차도 - 전부 핸드폰에 전화번호와 메일주소 따위를 적어놓고는 한다.

 

 

  노트와 메모장은 언제나 채울 궁리로 바빴다. 비어있는 공간이 안쓰러웠기에.

 

어렸을 때에는 게임 치트키나, - 남동생 두명의 영향일지도 - 친구들끼리의 낙서가 있었고

 

스케줄칸은 신경도 쓰지 않았으며 예뻐서 충동구매로 샀다가 서랍에 처박아두기 일쑤였다.

 

그런 수첩을 꺼내서 학원 또는 위에서 말한 여러가지 행동들을 수첩에 적어나가며,

 

노트와 메모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줄이 예쁘게 그어져 있는 노트와, 텅 비어있는 메모장.

 

시험기간이 되어 간편하게 암기하기 위해 여러가지 메모들을 써 넣고는 했다.

 

돌턴의 원자설이라던가, 원소기호 또는 불꽃의 스펙트럼 색깔, tell 동사의 쓰임 또는

 

calm comb daughter와 같은 묵음, <담가, 써> 같은 모음 축약과 탈락의 여러가지 예들

 

- 자음은 쉬웠다 - 혹은 음운의 끝소리 7개와 겹받침 소리 등등 -,

 

그러다가, 책을 읽다가 좋다고 생각하는 글귀를 써 넣기 시작했다. (비록 시작한지 얼마 안됐지만)

 

 

 

 

  그냥 이대로 책을 덮으면,

 

예전처럼 시간이 많아 다시 읽을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 소중한 글귀들이 사라져 버릴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작가가 그려내는 언어의 유희는 언제나 즐거웠다.

 

 

 


  한용운의 '복종'같은 시나, '님의 침묵' (두음법칙이 적용되서 교과서에는 '임의 침묵'이라고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님의 침묵'이 낫다고 생각한다. 시인 고유의 느낌을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또는 윤동주의 시,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 또는 김소월의 '가는 길'같은 시, 천재였지만 동시에

 

정신병자였던 이상의 오감도 같은 시. 교과서에 나온 시들을 찾아 읽기도 하고, 학원에서

 

읽기도 하면서 좀더 가까워졌달까. - 실은 시보다 소설을 훨씬 좋아한다. 시는 어렵잖아. -

 

시대별로 배우는 현대 문학의 흐름, 뭐 흐름별로 시대별로 특징과 작가와 대표작품을 외워야

 

하면서 자연적으로 가까워진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학생이다.

 

대한민국의 학생이다.

 

어차피 이러한 것들을 배우고 시험보고 대학교를 가야하는 이 상황에서,

 

좀 더 사랑하고, 느끼는 방법이 없을까 했다. 그 편이 좀더 수월하겠지.

 

아직은 작지만, 차곡 차곡 쌓아 간다면 앞으로 많이 남은 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2006년 7월 14일

 

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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